연기법이란 어떤 것에 말미암아서(緣) 일어난다, 즉 생긴다(起)는 의미이다. 연기는 존재와 존재 사이의 관계에 대한 법칙이다. 서로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기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함으로 저것이 멸한다.' (잡아함 권15)
갑의 존재에 반드시 을의 존재가 전제 되며, 그 역도 성립한다는 연기의 이론은 갑이 존재할 수 있는 성질, 즉 자성(自性)을 갑 스스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성립시킨다. 무자성(無自性)이다. 연기이므로 자성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 자성은 인도 정통철학의 아트만(atman)이다. 아(我)이다. 이러한 아(我)가 없다는 것이다. 즉 무아(無我)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로 시작되는, 위에서 언급한 게송은 후세의 학자들이 "연기의 공식"이라고 한다. 연기의 공식에 대한 공간적 고찰에서 우리는 공(空)사상에 대한 이해를, 연기에 대한 시간적 고찰에서 인과(因果)의 법칙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된다. "이것"이 씨앗이라면, "저것"은 열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因), "저것"을 과(果)라고도 한다. 또는 인을 짓는 의지적 작용을 업(業)이라고 하고, 그래서 생기는 필연적 반응이나 결과를 보(報)라고 한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은 이렇게 생긴다. 따라서 자신의 업보를 참회하여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야 고통으로부터 근원적인 해방을 얻게 되므로 역대 선지식들은 한결같이 참회수행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 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
사성제와 마찬가지로 십이연기 또한 "어떻게 해서 괴로움이 생기고, 어떻게 해야 괴로움이 소멸하는가?" 라는 주제를 같이 하는 것이다. 십이연기설은 무명에서부터 어떻게 생. 노. 병. 사. 우. 비. 고. 뇌가 생기는가에 대한 자세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성제에서 괴로움의 원인은 무명과 갈애라고 했다. 무명(無明)은 진리에 대해 밝게 인식하지 못함을 이른다. 괴로움의 최초의 근본원인은 무명이다.
'무명으로 말미암아서(緣) 행(行)이 있게 되고, 행으로 말미암아서 식(識)이 있게 되고, 식으로 말미암아서 명색(名色)이 있게 되고, 명색으로 말미암아서 육입(六入)이 있게 되고, 육입으로 말미암아서 촉(觸)이 있게 되고, 촉을 말미암아서 수(受)가 있게 되고, 수를 말미암아서 애(愛)가 있게 되고, 애를 말미암아서 취(取)가 있게 되고, 취를 말미암아서 유(有)가 있게 되고, 유를 말미암아서 생(生)이 있게 되고, 생을 말미암아 노(老),사(死),우(憂),비(悲),고(苦),뇌(惱)가 있게 된다. 그리하여 커다란 하나의 괴로운 온(蘊)의 집(集)이 있게 된다.' <잡아함 권15>
따라서 불교의 이상인 괴로움인 노, 사, 우, 비, 고, 뇌를 소멸하기 위해서는 생이 소멸되어야 하고, 생이 소멸되기 위해서는 유가 소멸되어야 하고, 유를 소멸하기 위해서는 취가 소멸되어야 하고, 취를 소멸하기 위해서는 애가 소멸하고, 애를 소멸하기 위해서는 수가 소멸되어야 하고, 수를 소멸하기 위해서는 촉이 소멸되어야 하고, 촉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육입을 소멸해야 하고, 육입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명색을 소멸해야 하고, 명색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식을 소멸해야 하고, 식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행이 소멸되어야 하고, 행이 소멸하기 위해서는 무명이 소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무명에서 노사까지의 생기(生起)의 십이연기법을 관찰하는 것을 순관(順觀)이라고 하고, 후자의 노사에서 무명까지의 사멸(死滅)을 관찰하는 것을 역관(逆觀)이라 한다.
십이연기의 각 요소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무명(無明) 진리에 대한 무지(無知)이다. 연기적 존재이므로 "나"라고 집착할 만한 것이 없는데도 "나"라고 집착하는 것이다. ② 행(行) 무명이 있으면, 그 무명의 힘이 현재화(現在化)된다. 그러한 무명의 현실적 작용을 행이라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충동(impulse)이라고 옮기고 있다.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충동이다. ③ 식(識) 식은 식별(識別), 분별(分別) 또는 요별(了別)의 뜻이다. 이 식을 더욱 세분화해서 6식, 7식, 8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④ 명색(名色) 명은 정신적인 것을 가리키고 색은 물질적인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명색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결합된 상태를 말한다. 오온(五蘊)에서는 색온(色蘊)이 색(色)이 되고, 수. 상. 행. 식의 온(蘊)들은 명(名)이 된다. ⑤ 육입(六入) 외부 세계의 객관적 사상(事象)을 인식하게 되는 여섯 개의 감각기관을 의미한다.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의 여섯이다. 흔히 육처(六處)이라고도 한다. ⑥ 촉(觸) 촉은 "접촉하다. 충돌하다."의 뜻이 있다. 위의 육입(六入; 안이비설신의)과 육식(六識; 육입에 의지해서 발생한 개별적인 여섯 가지의 의식. 색성향미촉법)이 화합하여 촉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⑦ 수(受) 수는 느낌, 즉 감수(感受)작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 괴로움(苦), 즐거움(樂), 괴롭지도 아니하고, 즐겁지도 아니한 평등한 느낌(捨)의 세 가지로 크게 나눈다. ⑧ 애(愛) 사성제에서 집제의 내용은 무명과 갈애라고 했다. 갈애가 바로 이 "애"이다. 이 애는 감정적인 번뇌로서 가장 치성하다고 한다. 후대에는 이러한 마음의 장애를 번뇌장(煩惱障)이라 하고, 무명이 지혜에 장애가 된다고 할 때의 소지장(所知障)과 함께 가장 큰 두 가지 장애(二障)라고 했다. ⑨ 취(取) 애의 상태만 하더라도 좋고 싫다는 감정을 느낄 뿐이지, 그에 대해서 극심하게 집착하는 경지는 아니다. 강하게 집착하는 것을 취(取)라고 한다. 이 취라는 술어는 오취온고(五取蘊苦) 등에서도 쓰이고 있다. ⑩ 유(有) '존재"의 의미와 "생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생사하는 존재 그 자체를 말한다. 경전에서는 이 삼계(三界)가 有의 세계라고 해서 욕유(欲有), 색유(色有), 무색유(無色有)를 언급하고 있다. ⑪ 노사우비고뇌(老死憂悲苦惱) 여기의 생과 사는 육체적 생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괴로움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의 가르침이 십이연기설인데 부처님이 깨달은 주된 내용으로 불교의 교리 중 가장 중요하다. 경전에 '연기를 보면 법을 보고 법을 보면 곧 여기를 본다.'<중아함경 권7>고 했으며 초기 경전에서 설해진 가장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가르침이다. 그 안에는 사성제, 오온, 십이처 등의 교설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