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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부산여성뉴스 칼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4-29 조회수 3706

부산여성뉴스 /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나무

 

4월에 드니 뜰 앞의 나무에 물이 올라 파릇파릇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상 사람들의 삶도 언제나 이 나무처럼 역동적이고 싱싱함을 유지하면 좋으련만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앞길이 막막해서 도무지 길이 안 보여서 일가족이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 사람에게 나무는 큰 교훈을 준다. 수백 년 동안 내내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으면서도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나무가 아닌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여름도, 엄동설한의 긴긴 겨울밤도 한 자리에서 묵묵히 견디며 살아온 나무. 한편으로 미련하게 보이기도 하고,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나무의 삶이 참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곳에 그토록 오랜 세월을 묵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끝없이 변화를 갈망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한 곳에 머문다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변화 속에서 다행히 길을 찾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은 큰 욕심 내려놓고 우직하게 한 곳에 머물면서 그 속에서 길을 찾고 만들어 간다.

 

길은 찾아다닌다고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 길이 뭔가. 깨달으면 그 곳에 길이 열리는 법이다. 이리저리 찾아다닌다고 내가 길이요하고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나무처럼 살더라도 길인 줄 알고 깨달으면 창창한 길이 열릴 수 있는데 그것을 몰라 끝없이 방황한다.

 

어느 스님이 겨울이 끝나갈 무렵 봄이 오나 싶어 이 산 저 산을 다니며 봄을 찾아 나섰다. 날이 저물도록 헤매다가 봄을 보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마당의 매화나무 가지 끝에 봉곳이 핀 매화를 보고 봄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길은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나 자신이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길은 이미 열려 있는 것이다.

 

세상에 길은 수없이 많다. 그 길을 깨달으려면 먼저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부족하다면 채우고 과한 부분은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연후에 목적지를 정하고 뜻을 세워야 한다.

지재유경(志在有逕)-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이고, 또한 유지처재도(有志處在道)-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 뜻이 있는 사람은 결국 성공을 이루고 만다. 이것이 먼저 걸어간 옛 사람들의 가르침이다.

 

따사로운 봄날이다. 길을 몰라 답답해서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가까운 산에 올라 큰 나무 밑에 앉아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천년 세월을 인내하며 한 자리에 머물러 온 나무의 숨소리를 들어보자. 그에게서 내뿜어져 나오는 신령스러운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 보면 캄캄한 앞날에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눈 뜬 장님으로 태어나 살다가 길을 찾는다. 때가 이르고 늦을 뿐이다. 나이 여든이 되어도 길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길을 찾는 사람도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 가운데서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난 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삶이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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