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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4-07 조회수 3440

실상문학 2019년 봄호(통권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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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 실상문학상 이사장, 감로사 주지

 

중국 사람들이 미륵보살의 화신이라고 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섬기고 있는 포대화상(布袋和尙)은 무애도인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항상 웃는 모습이라서 '소불(笑佛), 웃는 부처'라고도 하는데, 사찰의 입구나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포대화상을 모시고 행복, 행운, 풍요를 기원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배 속에 영혼이 깃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포대화상의 큰 배는 넓은 포용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포대화상을 복()을 주는 스님으로 믿고 있다.

 

스님은 그 넉넉한 모습뿐만 아니라 스님의 삶을 통해서도 오늘날 세상 사람들이 돌아보아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단 하루도 비우고 내려놓지 못하는 오욕칠정의 바다에서 목말라 하면서 악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등불과 같은 분이 아닌가 한다.

 

포대화상은 중국 후양後梁의 승려인데, 이름은 계차契此이고 명주明州 봉화현奉化縣 사람이었다. 호를 장정자長汀子라 했고 악림사에서 출가했다. 뚱뚱한 몸집에 얼굴은 항상 웃는 모습이었으며, 배는 풍선처럼 늘어져 괴상한 모습으로 지팡이 끝에다 커다란 자루를 둘러메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포대화상이라고 불렀다.

 

그 자루 속에다 장난감, 과자, 엿 등을 가득히 넣고는 마을을 돌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천진하게 놀았다. 포대화상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받아먹고, 졸리면 땅을 방바닥으로 삼고, 구름을 이불 삼아서 어느 곳에서든지 벌렁 누워 태평하게 코를 골았다. 그렇게 이 마을 저 마을을 만행하면서 세속 사람들과 같이 차별 없이 어울리면서 사람의 길을 가르치고 이끌었다. 마치 신라시대 원효대사나 대안대사를 보는듯하다.

 

그러나 때로는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으로 취급 받기도 하였다.

짓궂은 아이들이 막대기로 번갈아 가며 때리기도 하였으나 그는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아이들과 실랑이질하기도 하며 바보짓을 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아집과 그릇된 견해에 빠진 세상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한 가르침이었다.

 

그는 자연과 더불어 자고 깨었으며 자연과 더불어 행하였고 대자연으로 돌아간 걸림 없는 대자유인으로서 중생의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과 같은 삶을 살았다. 사방을 걸림 없이 다니며, 천지를 내 집 삼아 살던 포대화상은 때때로 사람들의 길흉을 예언하였는데 조금도 틀림이 없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어도 스님이 나막신을 꺼내 신고 나타나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그리고 장마철이라 비가 계속 내리다가 스님이 짚신을 신고 다니면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님의 복장을 보고 날씨의 변화를 알아채곤 했다고 한다. 이런 스님을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스님의 높은 도력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포대화상에게 물었다.

스님! 우리는 스님이 매우 높은 깨달음에 도달하신 훌륭한 스님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장난스러운 행동은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하여 귀중한 시간을 아이들과 노는 데만 허비하고 계십니까? 정말 스님께서 선에 통달하셨다면 저회들에게 선의 진수를 보여 주십시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포대화상은 자신의 포대를 땅바닥에다 쿵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다! 이것이 선의 진수이다!”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자, 포대화상은 재차 이렇게 들려주었다.

이것이 내가 보여 주고자 하는 전부이다. 내가 짐을 내려놓았듯이 그대들도 자신의 짐을 벗도록 하라.”

 

스님의 살아있는 법문에 감복한 사람들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러자 그는 아무 말 없이 포대를 후다닥 걸머지고는 발길을 내디디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그 다음 일이다. 그러나 나는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짐이 나의 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나에게 이 세상의 모든 짐들은 단지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되어 버렸다.”

 

스님이 등에 진 포대는 형상으로는 짐으로 보이지만 스님에게는 이미 세속의 짐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 사람들이 짊어진 고뇌의 짐마저 스님에게는 한낱 아이들의 장난감에 불과했다. 무엇이 나의 짐인지도 모르고 내려놓지 못하고 끝없이 짊어질 줄만 아는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높은 경지이다.

 

하지만 이런 도인의 모습을 거울삼아 우리는 내려놓기를 끝없이 시도해야 한다. 그것이 지혜로운 불자의 자세이다. 그래야만 언젠가 우리도 내려놓을 것 하나 없는 자유로운 몸을 얻을 수 있지 않겠나.

 

포대화상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게송을 소개한다.

 

一鉢天家飯 발우 하나로 천 집의 밥을 먹고

孤身萬里遊 외로운 몸 만리에 노닌다.

靑目覩人少 푸른 눈은 사람을 보는 일 없고

問路白雲頭 길을 물으니 백운의 끝이더라.

 

騰騰自在無所爲 늠름하고 자재하여 일 없으니

閔閑究竟出家兒 한가롭고 한가로운 출가 장부일세.

若覩目前眞大道 눈앞에 참된 도를 본다 하여도

不見纖毫也大奇 티끌만큼도 기이하게 여기지 않음이로다.

 

我有一布袋 나에게 한 포대가 있으니

虛空無허공에 걸림이 없어라.

展開邊宇宙 열어 펴면 우주에 두루하고

入時觀自在 오므리면 관자재로다.

 

彌勒眞彌勒 미륵 참 미륵이여

分身千百億 천백 억의 몸으로 나투어

時時示市人 때때로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나

市人自不識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하더라.

 

포대화상은 이 게송을 남기고 반석 위에 단정히 않은 채로 입적하였지만 세세생생 법신은 살아 우리 곁에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물질이 주인이 아니라 마음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선재동자의 선지식 중에 승열바라문이 있다. 선재동자가 승열바라문을 찾아가니 불구덩이 한 복판에 높은 칼산이 있다. 승열바라문이 선재동자에게 저 칼산에서 불구덩이에 떨어지면 모든 보살행이 청정해질 것이라고 하자 선재동자는 승열바라문을 악마가 변신을 했다고 의심한다. 그러자 허공에서 범천이 선지식을 의심하지 말라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잘못을 깨닫고 칼산에 올라 불구덩이로 떨어지는 도중에 보살의 삼매를 얻고 몸이 불꽃에 닿자 편안한 보살의 적정락을 얻었다. 오로지 선지식을 믿고 부처님의 법을 믿어야 한다. 그 믿는 마음이 있어야 세상만사 모든 번뇌를 내려놓을 수 있다.

 

마음에 의심이 있어 매사에 삐뚤어져 있으면 어디를 가든 불편하고 불행하다. 잘해주면 잘해줘서 싫고, 못해주면 못해줘서 싫다. 싫다고 마음먹으면 무엇을 해줘도 싫다. 그렇지만 좋다고 생각하면 고통마저도 좋다. 불행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 그것이 행복의 길이다. 포대화상의 풍성한 배처럼 세상을 포용하고 살아야 한다. 내 마음이 풍성하면 세상이 모두 행복할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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