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님 밑에 제자가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승은 많은 제자 중에서 바보같은 제자를 제일 낫다고 말했습니다. 스승의 이 말에 처음에는 스승님이 농으로 그러시겠지 했지만 여러 번 이런 말을 하시자 제자들은 그 까닭을 몰라했습니다. 어느 날 스승은 새를 몇 마리 잡아와서 문제를 내놓았습니다. "이 새를 아무도 모르게 죽여서 가져 오너라." 새를 죽이라는 말씀도 그렇거니와 아무도 모르게 죽여서 오라는 말에 제자들은 이리저리 생각에 몰두했습니다. 몇몇 제자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골방에서 정말 살생을 했습니다. 얼마가 지나 제자들이 모두 죽은 새를 들고 모였는데 바보 제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돌아온 바보 제자의 손에는 살아있는 새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모두 바보 제자를 비웃었습니다. 스승이 살아있는 새를 그대로 들고 온 까닭을 묻자 제자는 말했습니다. "스승님, 아무도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부처님이 보고 계시니까 새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다른 제자들은 스승이 바보 제자를 제일 낫다고 하는 까닭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승이 그를 아끼는 까닭을 알고 자신들의 좁은 소견을 깨우쳤습니다. 누가보지 않는다고 함부로 행동하고 누가 본다고 조심하는 것은 자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대중이 보든 보지 않든 간에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불자들은 시방삼세 어디를 가나 부처님이 계신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합니다. 내가 가는 곳에는 어디나 불보살이 상주하니 내가 어려움에 처하면 반드시 나타나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디서나 불보살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 속에 생활함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