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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룡스님과 관음가피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8-27 조회수 3297

생활법문

 

우룡스님과 관음가피력

 

8.15 해방 후, 해인사로 출가한 우룡스님은 고봉(高峰)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강원에 들어가 경전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스님들은 화두공부나 주력공부, 염불정진 등 불교의 여러 공부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스스로 관세음보살을 부르기로 작정을 하고 원을 세웠습니다.

중노릇 잘 하게 해주십시오. 지혜 총명을 주시어 장애 없이 경전공부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때 스님은 치문반으로 책 읽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관세음보살 염불에 몰두하였습니다. 밥 먹을 때도 관세음보살’, 화장실에서도 관세음보살’, 걸어 다닐 때도 관세음보살을 불렀습니다. 당시 강원에서 공부하는 학인은 여러 가지 절 일을 한 가지씩 맡아 돕는 급사노릇도 하였는데, 스님은 해인사 산중 암자를 돌며 공문서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공문서를 가지고 한 암자의 원주스님께 전하여 읽고 서명을 해주면, 다시 다른 암자로 가서 원주스님의 서명을 맡았습니다. 2~3일에 한 번씩 공문서를 들고 산내암자를 다닐 때에도 스님은 오로지 관세음보살을 외웠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관세음보살을 찾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관세음보살이 끊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화는 대화대로 잘되고, 가슴 속에는 분명히 관세음보살님이 계셨습니다.

 

그렇게 염불을 시작한 지 1년가량 지났을 무렵, 한밤중에 해인사 아래에서 산불이 일어나 모든 대중이 진화작업에 나섰습니다.

산불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스님은 진화작업에 참여하였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쪽에서만 불이 못 올라오도록 맞불을 놓을 것이 아니라 불이 올라오는 뒤쪽으로 가서 진화작업을 하면 훨씬 빨리 끌 수 있겠다는 생각에 큰 바위를 타고 불길 저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바위 밑에서 불이 치솟아 올랐고, 스님은 숨도 쉴 수 없었습니다.

엉겁결에 바위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린 스님은 불속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썩은 나무에 불이 붙은 그곳은 완전히 벌겋게 달아오른 숯불구덩이였습니다. 스님이 불속에 굴러 떨어지자 대중 스님들은 크게 술렁거렸습니다. 어른 스님들의 다급한 음성도 들려 왔습니다.

저 아이가 죽다니! 불보다도 아이의 시신부터 건져야 한다.”

하지만 불구덩이 속을 구르다가 일어선 스님은 소리쳤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불 끄세요. 저는 여기서 불을 끌게요. 괜찮습니다.”

대중스님들은 그 불 속에 굴러 떨어졌으니 죽었거나 큰 화상을 입었을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사실 스님은 다친 곳이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팔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뿐이었습니다. 대중들은 하나같이 불보살님의 가피라 말했습니다.

 

그때 스님은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어떤 액난도 고난도 사라지고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님과 함께하고 있으니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더욱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6.25사변이 일어나기 전, 해인사에 빨치산 사령관 유성균이 4백여 명의 대원을 이끌고 와서 꼭 한 달 동안 해인사를 점령했습니다. 당시 해인사에는 학인스님만이 아니라 학생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빨치산들은 해인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신상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젊은 사람들을 무조건 붙들어 갔습니다.

그때 우룡스님은 지금의 관음전 큰 방에 동료들 7~8명과 함께 앉아 있었는데, 빨치산이 다른 사람은 다 붙잡아 갔지만 스님에게는 가자는 말도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 잡혀간 큰 방에 홀로 우두커니 있을 때에도 빨치산이 여러 차례 문을 열고 기웃기웃 하였지만 스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스님이 보이지 않는 듯 했습니다.

당시 빨치산에 끌려간 사람들은 모진 고생을 했는데 그 중 반 이상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빨치산의 눈에 보이지 조차 않아 잡혀가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으니 어찌 염피관음력(念彼觀音力), 관세음보살님의 가피가 아니겠는가?

 

우룡스님은 관세음보살 염불을 작정하였으면 한 경지에 오를 때까지 꾸준히 해 나가야 하는데, 그 경지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가슴 속에서 관세음보살 염불이 계속 이어지는 경지로 대화는 대화대로 잘 되고 관세음보살 염불이 쉼 없이 또렷하게 이어지는 경지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재난이 스스로 피해가는 정도가 아니라, 뜻하는 바가 저절로 이루어지며 지독히 하면 백일, 길어도 3년이면 되니 부디 부지런히 염불하라 당부하셨습니다.

 

나무아미타불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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